정부가 배드뱅크를 통한 개인 연체채권 소각에 이어 신용 사면 등 잇따른 채무 경감 조치를 내놓으면서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5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를 올해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해주는 신용 사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계에 타격을 입었던 개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올해 12월31일까지 원금 전액 상환 시에 연체 이력과 불량거래 기록을 전면 삭제하는 조치로, 사실상 빚 탕감과 신용 회복 이중 혜택이 주어집니다.
정부는 앞서 5000만원 이하 규모로 7년 이상 연체된 무담보 개인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출자 기관인 배드뱅크로 사들여 소각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신용불량자로 묶인 장기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돕고, 민간 소비심리 회복의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이토록 잦은 채무탕감 정책은 모럴헤저드 확산 등 금융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무 불이행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고, 정상적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지원 대상의 소득·재산 요건 명확화 △재발 방지를 위한 재무·신용 관리 교육 의무화 △고의 연체자 및 상습 체납자 배제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한 채무 경감이 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신용 사면 후 일정 기간 신용 행태를 모니터링하고 재발 시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혜택 대상이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예외 조치로 채무 탕감 정책을 편다는 입장인데요. 충분한 설명에도 금융권 전반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채무 경감 제도의 남용과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서울 시내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