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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인이라 괜찮아"
입력 : 2025-08-12 오후 2:18:49
한국 전철의 '두 줄 서기'는 허상입니다. 열차 문이 열리는 순간, 한쪽 줄에 선 사람들이 먼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식으로 다른 줄 사람을 바보 혹은 패배자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노인의 새치기입니다. 이들이 새치기를 당당하게 하는 이유는 '어차피 나는 노약자석에 앉는다'는 기적의 논리입니다. 
 
수원역 스크린도어. (사진=이범종 기자)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한 노인이 새치기를 하려 들자 이를 제지했는데요. 그는 저에게 "난 노약자석 앉으니까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저는 "새치기 당한 사람이 늦게 타게 돼서 자리에 못 앉는다"고 했는데요. 
 
그 노인은 제 말을 가로막고 "그래 그럼 노약자석 가서 앉아!"라며 소리 지르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애초에 상대의 말을 들으려는 의지가 없던 거죠. 
 
한쪽 줄의 새치기가 다른 쪽 줄 사람의 앉을 기회를 빼앗듯이, 한 사람의 새치기는 뒷사람이 좌석을 찾고 앉을 기회를 뺏습니다. 새치기 가해자가 노약자석에 앉든 말든, 당하는 사람의 피해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노약자석에 앉으니 괜찮다'는 논리를 펴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그 짧은 생각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는 노인을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런 모습으로 늙고 싶지 않다는 가르침을 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멈춰선 전철의 문이 열렸습니다. 역시나 한쪽 줄이 먼저 열차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네요. 저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 '난 노약자석 탈 거야'를 외치며 추악한 새치기를 할 거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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