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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입력 : 2025-08-12 오후 4:09:16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으로 악령을 무찌른다는,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컨셉의 애니메이션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케데헌> 속 K-POP 감성의 노래들이 수위권을 차지했고, 해외의 아이들까지 따라 부르고 있다. 10여년 전 <겨울왕국>을 방불케 하는 인기의 중심에 K-POP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넷플릭스는, 마침내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케데헌>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미국 플랫폼에서 공개됐는데 한국 문화, 이른바 한류를 소재로 한다. 더 특이한 것은 제작사인데, 일본의 소니픽처스다. 일본 제작사가 미국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20세기 말 세계 가전 시장을 주름잡던 소니가 이제 콘텐츠 시장을 움켜쥐었다.
 
그야말로 가전업계의 제왕처럼 군림했던 소니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무렵이다. 워크맨은 아이팟과 스마트폰으로 대체됐고, TV는 브라운관에서 LCD로 넘어갔다. 자신하던 바이오(VAIO) 노트북도 시장에서 입지를 잃었다. 결국 소니는 세계 가전 시장 패권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넘겨주게 됐다. 
 
소니의 흥망성쇠에는 모두 장인정신이 있었다. 1990년대까지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가전제품을 만들었지만, 시대가 변하는데 장인정신을 버리지 못했다. 완벽주의로 인해 신제품 출시는 늦어졌고, 내부 의사결정은 경직돼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했다. 변화에 늦어진 결과 도태된 것이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했던 소니가 뒤처졌음을 인정하기까지는 약 10년이 걸렸다. 2010년대 들어 소니는 가전에서 다른 분야로 활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엔터테인먼트인데,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케데헌>의 성공은 소니가 장인정신에 혁신성까지 장착한 결과다. 
 
20여년 전 소니와 마찬가지로, 국내 가전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고객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저가 공세로 가전업계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하락세인데, 우방이 책정한 관세는 전에 없던 상승세다.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소니보다 빠르게 도태될 수 있는 처지다. 
 
국내 가전업계는 소니의 장인정신이 부럽지 않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나 HVAC 등은 세계에서도 견줄 나라가 손에 꼽을 것이다. 이제는 기술력을 활용할 신시장 개척과 사업 모델을 발굴할 때다. 삼성과 LG판 <케데헌>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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