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코스피 5000'만큼 공허한 구호가 있을까요.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기준을 내리는 데 동의합니다. 10억 정도 벌었으면 세금 내야죠. 그런데 물음이 따라붙습니다. 부동산은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대신 주식시장 육성하겠다더니, 세금으로 집값 대신 주가를 잡습니다.
시작은 국장(국내 주식시장)이었습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말, 처음엔 이해 못 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 당연하지 않나요?
이제는 압니다. 주식 시작 두 달 만에 '조 단위 유상증자'를 여러 번 봤고, 이제는 하다하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이 사실상 내부자 거래를 하는 모습까지 목격했습니다.
더러운 꼴 보면서까지 국장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트럼프 변덕에 베팅하는 편이 차라리 쉽습니다. 미국발 경제 충격도 국장이 미장(미국 주식시장)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으니까요. 쓰나미가 몰려올 땐 차라리 깊은 바다에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민주당은 결국 투자자 반발에 밀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합니다. "주식시장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했던 대통령은 아마 이번에도 원칙을 폐기할 듯합니다.
꺼져가는 경제 동력, 고령화로 급격히 늘어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돈도 '빽'도 없는 서민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증권 앱을 엽니다.
"자본시장이야말로 서민의 계층이동 사다리"란 이언주 당시 최고위원의 말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어이가 없습니다. 국장에서 돈 벌고 있는 서민이 몇 사람이나 될까요. 사다리는 고사하고, 구렁텅이에나 빠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러나 미장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2025년판 아메리칸드림을 꿈꿉니다. 기득권이 걷어차다 못해 부숴버린 사다리를 붙잡을 만큼 멍청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기업에 투자할 마음이 없습니다. 어쩌면, 한국이란 땅 자체를 포기한 것일지도. 다섯 평 월세방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