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사태로 번질 뻔한 ‘여천NCC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큰 불은 일단 끈 모양새다. DL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하면서 해당 금액이 여천NCC로 투입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한화와 DL간의 갈등이다. DL 측은 입장문을 내면서 한화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골자는 한화가 자사 이익 극대화만을 고집하며, 여천NCC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원료 공급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적정한 가격 경쟁력이 없이는 여천NCC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악화시켜 부실을 반복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화 측은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과의 에틸렌·C4RF1 등 저가거래로 1006억 원의 법인세 추징을 받았다”며 “한화는 법인세법·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시장가격 반영 계약을 주장하고 있지만, DL 측은 이를 거부하며 기존보다 낮은 가격 유지에 고집을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한 배를 탄 대주주 간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부터 업계에서는 한화와 DL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바 있다. 이렇게 날선 대립을 이어간다면, 향후 경영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이번 DL그룹의 유상증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폴트를 피한 것은 다행이지만, 업황이 안 좋은 만큼 이 같은 사태가 매 분기, 매년 반복될 수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천NCC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양사는 갈등을 키울 때가 아니라, 타협과 화합으로 경쟁력 회복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석유화학업계에 또 하나의 악재를 보탤 뿐이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