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얘기지만 최근 한방병원 운영을 두고 '차 사고 보험금 먹는 하마'라는 말이 나옵니다. 한방병원이 경쟁적으로 증가하면서 의사들이 진료 건수나 비용을 높이려고 세트 청구를 유인책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왕증 등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한 심사로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런 가운데 8주 넘게 장기 치료받는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의 대부분은 한방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한방 치료를 이용한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 일수, 치료비가 모두 양방보다 훨씬 많아서 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 과잉 진료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상해급수 12∼14급) 117만1507명 중 90.1%(105만5904명)가 8주 이내 치료를 끝냈습니다.
8주를 초과한 치료 환자(11만5603명)의 대부분인 87.2%(10만902명)는 한방 환자였습니다. 양방 환자의 86.9%가 4주 이내 치료를 끝내고, 95.8%가 8주 이내 치료를 끝내는 것과 달리, 한방 환자는 70.7%만이 4주 이내 치료를 종결하고, 87.8%가 8주 이내 치료를 종결했습니다.
한방 치료를 이용한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 일수와 치료비 역시 양방보다 높았습니다. 한방 경상 환자의 평균 치료일수는 10.6일로 양방(5.4일) 대비 약 2배에 달했습니다. 한방 경상 환자 1일당 평균 치료비 역시 10만7000원으로 양방(7만원)보다 53.3% 높은 수준입니다.
한방병원에서 단순 염좌 진단을 받은 경상 환자에게 MRI 같은 고비용의 영상 검사, 다종·다량의 한방 치료를 집중적으로 시행함에 따라 1인당 평균 진료비가 크게 오른 탓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는 2019년 4308억원에서 2024년 9874억원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보험업계에선 환자의 증상·상해 정도와 무관하게 유사한 치료 목적·효과의 치료를 한꺼번에 시행함에 따라 경상 환자 한방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방의 경우 건강보험 기준을 따르는 양방에 비해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이 미흡해 과잉 진료 유인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한방 진료비 중 세트 청구(다종 시술) 비중도 급격히 상승 중입니다. 손해보험 4개사의 한방 진료비(통원)는 2020년 5271억원에서 2024년 7851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6가지 이상 한방 시술을 당일 함께 시행한 '세트 청구' 진료의 비중은 47.5%에서 68.2%로 20.7%p 상승했습니다.
작년 기준 경상 환자의 세트청구 진료비 비중은 69.7%로, 9∼11급 환자의 세트 청구 진료비 비중(58.0%)보다 오히려 높아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는 심평원이 한방 다종 시술 진료 항목과 시행 빈도가 높은 의료기관에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또 "과잉 진료를 제어하기 위해 조속히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정부도 자동차보험 환자의 피해 정도에 맞는 배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 중입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보험사가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부정 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험 사기와 과잉 진료, 입원 사기는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를 야기합니다. 보험 사기는 물론이고 과잉 진료를 뿌리 뽑아 선량한 보험 가입자를 보호해야 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자동차보험. (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