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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알고 보면 기적 같은 일상
입력 : 2025-08-07 오후 5:03:32
요즘 다시 '헬조선'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취업은 어렵고, 집값은 높고, 경쟁은 치열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누구나 지치고 숨 막힌다는 마음,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태어난 건, 꽤 큰 '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살다 귀국한 지인들이 병원 진료가 편리하고 행정 처리가 빠르다며 감탄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한국의 당연한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지 떠올리게 됐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은 싫다"라는 글이 올라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글쓴이는 치열한 경쟁, 불평등, 답답한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며 이민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댓글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태어난 건 복이다"라는 반론입니다. 단순한 애국심이 아닌, 현실적인 분석과 냉철한 비교에서 나온 의견이었습니다. 
 
전 세계 인구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65%입니다. 단순 확률로만 따져도 150번쯤 다시 태어나야 한 번 한국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정시에 도착하는 지하철, 밤에도 안전한 거리, 휴대폰 하나로 처리되는 행정과 금융, 풍부한 물. 이런 것들은 우리가 '기본'이라 여기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한국인의 빠른 변화 대응력도 세계적으로 손꼽힙니다. IMF 당시의 금 모으기 운동, 코로나19 초기의 질서 있는 대응은 외국인들이 놀라워했던 사례들입니다. 해외에 나가보면 비로소 알게 됩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숨은 인프라와 시민의식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물론 한국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평등, 기회의 부족, 정치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심각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제도와 정책으로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안전망이나 시민의식, 디지털 인프라 같은 '기초 체력'은 단기간에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미 가진 이 자산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태어난 나라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낮은 확률을 뚫고 이 땅에 태어났다면 단순한 불만을 넘어 이 기반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연함 대신 감사함을, 체념 대신 변화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입니다. 
 
절기 입추인 7일 경기도 과천시 하늘 위로 뜬 뭉게구름 사이로 비행기가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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