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국 메이저리그 레전드 선수 요기 베라의 오랜 격언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말인 듯하다. 7월31일 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미치광이 전략’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여전한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번 관세 협상은 새정부 출범 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함에도 눈앞에 닥친 고율의 관세를 막아 산업계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일부 걷어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이 아닌 비망록만 남겼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상존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6일 밝힌 ‘반도체 관세 100%’ 언급 역시 이 같은 불안감에 무게를 더한다. 그간의 그의 기행을 보면 ‘엄포’일 가능성이 높지만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최고 권력자의 발언을 허투루 듣긴 어렵다.
한국은 반도체 부문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았다지만, 이마저도 구속력이 없는 약속일 뿐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혜국 대우를 지켜내기 위해 또다른 것을 내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트럼프의 변덕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한국이 반도체 공급의 절대 강자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칩 등 다수의 반도체를 수입의 의존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고율의 반도체 관세가 부과될 경우 큰 부담을 져야 하는 만큼,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세를 압박의 무기로 삼고 있는 트럼프의 정책에 국내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형국이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의미다.
관세라는 산업 이슈 외에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황이 또 있다. 서울구치소에 계신 그분, 수용번호 ‘3617’의 이야기다. 계엄이라는 초유의 내란 사태 우두머리인 그는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에도 수의를 벗고 불응하는 등 반항을 하고 있다. 아직도 본인이 왕인 것처럼 법을 무시하는 셈이다.
온 국민이 나서 불법 계엄을 막고 탄핵으로 이끌었지만,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게 아니다. 3617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기 전까지 매섭게 지켜봐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