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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감의 샘터
입력 : 2025-08-06 오후 5:16:53
가수 이찬혁이 또 '영감의 샘터' 전시를 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전부 매진이었습니다. 놀라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3년 열린 첫 번째 영감의 샘터 전시에도 어렵게 다녀온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이번에도 틈만 나면 예약 사이트에 진입했고 어렵사리 한 자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찬혁 '영감의 샘터: 마지막 한 방울' 전시장.(사진=변소인 기자)
 
뙤약볕을 맞으며 도착한 전시장에는 대기줄이 길에 늘어져있었습니다.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하던 때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첫 번째 전시에서 얻은 기쁨에 기어코 더위를 이겨냈습니다. 오직 이찬혁 세계관을 엿보기 위해서요.
 
역시나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이찬혁이 널려있고, 돌아가고, 춤추고 있었습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표정과 의상도 함께요. 온통 이찬혁인 세상 속에서 진지한 작품 설명이 곳곳에 붙어있었습니다. 더위를 뚫고 이곳을 찾은 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찬혁이 영감을 얻는 방법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동생인 이수현을 공격하는 콘텐츠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드럼세탁기, 미용실 사인볼, 담금주, 비둘기에 자신을 얼굴 붙일 생각을 한 이찬혁을 상상하니 유쾌했습니다. 크게 생각을 하지 않고 봐도 되는 전시이지만 정작 전시에는 창작자의 많은 고민이 보였습니다. 땀을 묘사하며 시큼한 냄새가 나는 물질(식초로 추정)까지 발라줄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통쾌감을 느꼈을까요?
 
저는 괴짜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신에게 푹 빠져 살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건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획일화된 생활 속에서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서 숨 쉴 구멍을 만드는 것 같아서일까요? 이찬혁을 비롯해 그런 사람들을 보면 대리 만족과 위안을 받습니다.
 
다만,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보다 규모가 작아서 볼거리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괴짜 이찬혁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성에 차질 않더군요. 그래도 굿즈는 야무지게 구매했습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된다기에 이찬혁이 가득 담긴 엽서와 조금은 난감한 스타일의 키링을 샀습니다. 굿즈를 본 누군가 저에게 이찬혁의 팬이냐고 물었는데 차마 그렇다고는 답을 못했네요. 아마도 삶에 대한 그의 태도에 팬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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