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분기 실적 축포를 터뜨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갈등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꺾으며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임단협 교착 상태에 빠져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임단협을 둘러싼 SK하이닉스의 노사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개 노동조합(이천·청주·사무직)는 전날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 상경 투쟁을 개최했다. 이들의 손팻말에는 ‘SK 그룹의 부당한 성과 보상’, ‘SK그룹의 그림자 통제 이제 끝내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측의 성과급과 기본급 인상안 등의 보상 방안이 SK하이닉스의 성과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앞서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는 지난달 28일 사측과 진행한 ‘제10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로써 단체 교섭은 일시 중단됐다. 이번 교섭에서 회사는 높아진 초과이익분배금(PS) 기준과 지급 한도 초과분 규모 등을 추가로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PS는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고 개인별 성과 등을 고려해 PS를 지급해왔다. 회사 측은 올해 초 기본급 1500%의 PS와 격려금 차원의 자사주 30주를 지급한다고 했지만 노조측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특별성과급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달성한 것은 임직원 모두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사측도 지난달 PS의 상한 기준을 1700% 상향하고, 남은 영업이익 10% 재원 중 50%를 구성원들의 PS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 마저도 타협되지 않았다. 이는 PS 지급 후 남은 재원의 절반을 적립해 다시 구성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얘기인데, 노측은 영업이익 10%를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쟁의행위 수위를 높일 것이라 경고하면서 이른바 ‘파업 리스크’가 없었던 SK하이닉스에도 총파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측의 통큰 양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질주가 이어지길 바란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