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낭 공항 바닥에서 2시간을 기다리는 것으로 시작됐고 쇼핑 일정에서는 "왜 안 사냐", "바람잡이라도 하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노팁·노옵션'이라던 온라인투어(여기어때투어) 패키지는 실제로는 옵션 강매, 차별 운영, 쇼핑 압박, 개인정보 침해까지 동반된 구조였습니다. 이 여행은 상품이 아니라, 통제와 갑질이 일상화된 시스템이었습니다.
사전 안내에는 '2~3개 호텔 연합, 19명 행사'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항공편·호텔에서 모인 25명이 한 팀으로 묶였고 저희 팀은 가장 먼저 도착해 공항 바닥에서 대기했습니다. 가이드는 "여행사 잘못"이라며 설명도 사과도 없었습니다.
여정 내내 단체 행동이 강요됐습니다.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자유시간도 허락되지 않았고 쇼핑을 하지 않으면 눈치를 줬습니다. 심지어 가이드는 "그게 저한테 15% 떨어진다"는 말로 구매 압박을 했고 버스 안에서는 "아무것도 안 산 팀이 있다"며 특정 고객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여행은 쉼이 아니라 수행과 복종의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객 정보가 동의 없이 전달됐다는 점입니다. 둘째 날, 가이드가 제게 직업을 물었고 저는 "기자"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는 "(회사)대표님이 손님 중 기자 있다고 잘 챙기라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기자인걸 대표님은 어떻게 아셨냐"고 묻자 그는 "베트남 현지에 고객 신상만 전문으로 검색하고 정리하는 팀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은 곧 현지에 있는 어떤 팀이 고객 정보를 사전에 수집·정리하고 이를 여행사 내부에 공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객의 동의는 없었고, 정보 수집 경로에 대한 설명도 없었습니다. 제 신상이 내가 모르는 사이 공유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함을 넘어, 신뢰를 무너뜨리는 경험이었습니다.
'노팁·노옵션' 조건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시 팁은 포함돼 있었지만 출국 직전 가이드는 "현지 가이드가 고생했다"며 별도의 팁을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마사지 등 일부 일정은 예정보다 일방적으로 단축됐고 이에 대해 미리 안내도 없었습니다. 항의하자 환불도 일부 고객에게만 이뤄졌고, 기준은 불명확했습니다. 여행 도중에도 계속 추가를 요구했고, "다른 팀은 다 했어요"라는 식의 비교와 압박이 반복됐습니다. 사전 계약과는 다른 현실 속에서 소비자는 끊임없이 비용과 반응을 추가로 요구받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국소비자원 표준약관에 따르면 사전 동의 없는 비용은 지불 의무가 없습니다. 약속된 서비스가 미제공될 경우 환불도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합니다. 계약서보다 '녹취'가 중요한 시장입니다.
패키지여행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인격 침해와 선택권 박탈까지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여행은 소비자의 권리이며 계약된 상품이고 무엇보다 쉼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다낭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가장 강하게 남은 건 가이드의 그 말이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안 사세요? 바람잡이라도 좀 하세요."
지금의 패키지여행이 소비자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그 한마디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여름 휴가철인 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북적였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