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3을 몰아 봤습니다. 목숨을 건 게임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게임 진행 여부를 투표합니다. 옆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고, 게임을 멈추라며 울부짖는 사람이 있어도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동그라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결국 게임은 끝을 향해 갑니다. 투표가 끝날 때마다 게임 진행을 맡은 요원들은 '민주적인' 투표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최후의 게임에서는 남은 사람끼리 다수결에 의해 탈락자를 선정합니다. 탈락자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죽게 됩니다. 한 등장인물이 "누가 떨어져야 할지 후보자 추천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 토론을 한 다음 투표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제안합니다.
비이성적 상황에서의 이성적인 대화가 아이러니한 장면입니다. 게임 참가자 455명이 목숨을 잃어도 총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겠다는 욕망에 눈이 먼 이들이 번듯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 또한 이질감을 극대화하는 요소입니다.
오징어 게임 내 모든 투표는 과반에 따라 결정됐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규정에 따라 모두 투표권을 행사했고, 그 결과대로 일이 진행됐습니다.
'오징어 게임3'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을 주도하는 인물인 '프런트맨'의 모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이 결정의 중심에 서는 '민주적'이라는 단어는 무용지물인 셈이죠. 민주주의 기본 요소인 '다수결의 원칙'의 맹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필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국회가 떠올랐습니다. 모두 번듯하게 차려 입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권력을 향한 욕망은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민주주의', '국민'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며, 뒤로는 기득권 유지를 도모하는 모습이 겹쳤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국회에서는 법안이 처리되고 있습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들은 '국민을 위한다'라는 구호 아래 다수결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반대 쪽은 '악법'이라며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민주적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