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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저축은행 몸값 '밀당'
입력 : 2025-08-04 오후 4:53:11
(사진=뉴시스)
 
자산건전성이 취약한 부실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수자와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매수자는 저축은행업계 수익성과 건전성을 우려해 가격을 낮춰부르고 있고, 매도자는 회사에 자금을 투입한 전력을 생각해 가격을 높게 부르고 있습니다. 서로 간의 입창 차이가 큰 만큼 가격 협상이 장기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OK금융그룹은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과 가격 협상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8개월만에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면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축은행 규모가 큰 덕에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수익성과 자산 확대를 책임졌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연체로 부실해지면서 M&A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과 M&A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격 협상이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산 규모와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아진 바 있습니다. 매각가는 2000억원 대로 알려졌지만 회사 경영상황에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반면 라온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 악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부실 저축은행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KBI그룹과의 M&A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되며 첫 구조조정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빠르게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매각가가 100억원대로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로 인해 부동산 PF 중심으로 영업해온 저축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요. 현재 M&A 시장에서 이들 저축은행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과의 M&A 협상을 비교적 빠르게 타결지었습니다. 이는 SBI저축은행이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에 집중하던 시기에 소매금융 위주의 안정적인 영업 전략을 고수하며 건전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동산 PF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저축은행들만이 지금 와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셈입니다.
 
부실저축은행은 이제 더 이상 가격을 고집할 때가 아닙니다. 물론 과거 자금 투입 이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수익도 충분히 챙긴 바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현재 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입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부실이 커지면 소비자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매도자가 M&A 협상에서 주도권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시장 안정에 협조해야 할 때입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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