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왼쪽 두번째)기획재정부 1차관과 허영(오른쪽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수석 등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개편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대심리는 빼고 보자.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다. 상위 1%를 위한 특혜다. 이 정책은 박근혜정부 시절 초이노믹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정책) 핵심인 '배당소득증대세제'(고배당주식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 인하)의 복사판 아닌가. 그마저도 실패한 정책이다. 정책 실패의 답습도 실용주의인가.
그렇지 않다. 코스피5000 정책은 일종의 레토릭.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 자체도 정치적 사기다. '배당소득 증대세제 시즌2'가 효과적이라면, 8년 전인 2017년 말에 왜 일몰 기한과 함께 폐지했겠나. 그럼에도 1400만명 동학개미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찬성하는 이유. 주식 재벌이 국장에서 발을 빼면 내 쌈짓돈조차 없어질 것을 우려한 과도한 공포. 주식 재벌과 동학 개미의 경제 공동체 형성이 K-경제의 지향점인가. 그렇지 않다.
낙수 이론 꼭 빼닮은…'배당 찬성론자' 논리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밀어붙이는 정부 논리는 간단하다. 핵심은 상장 기업의 배당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다. 핵심은 '기업배당 증가→투자 확대→자본시장 부양→경제 선순환…'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역할은 '자본시장 윤활유'라는 게 그들의 주장.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금융소득(이자+배당)에서 배당소득을 별도 분리해 과세한다. 세부적으로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 14% △2000만∼3억원 20% △3억원 초과 35% 등을 각각 적용한다. 현재는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애초 정부의 플랜A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인 27.5% 수준. 당 내부에서조차 '부자 감세' 논란이 일자,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통한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플랜A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내세우는 명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국가 대비 낮은 배당성향. 실제 최근 10년간(2014∼2023년)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성향은 26%. 미국(42.4%), 일본(36%) 대비 10∼20%포인트 낮다. 대만(55%)과 비교하면 30%포인트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간과한 것 한 가지. 우리나라 기업은 적극적인 배당보다 수익을 통한 재투자가 제1 목적. 이건 실재하는 현실론. 세제 인센티브를 통한 배당 유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배당소득 감세→기업배당 유도→주가 부양' 등은 일종의 신자유주의자의 '낙수 이론'의 다른 버전일 뿐.
배당 총량 늘어도…상위 0.1%가 '과반가량' 독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 큰 문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실상. 2023년 기준, 배당소득을 신고한 국민은 1746만4948명(이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 분석). 총 배당소득액은 30조2184억원. 이 중 상위 0.1%(1만7464명)가 차지한 배당소득은 13조8842억원. 전체의 45.9%. 이들의 1인당 배당소득은 7억9502만원에 달했다.
이를 상위 1%로 확대하면 전체 배당소득의 67.5%(20조3915억원). 상위 1%가 약 70%를 독식하는 셈이다. 반면 하위 50%(873만2474명)가 받은 배당소득은 1인당 고작 1만2177원(총 1063억3800만원) 수준.
배당소득 증대세제를 도입한 박근혜정부 때도 마찬가지. 2014년 기준, 상위 0.1%(8429명)의 배당소득은 5조8796억원. 이는 그해 전체 배당소득(12조3895억원)의 47.5%. 시사점은 배당소득이 10년 사이 두 배(12조3895억원→30조2184억원) 이상 증가해도, 초부자의 독식 구조는 요지부동. 개미투자자 대다수가 1만원 남짓 버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인가, 증시 활성화인가. 판단은 독자 몫.
우리의 근본적 문제는 주식 부자들의 배당소득 감세가 아닌, OECD 평균에 턱없이 부족한 공공사회복지 지출. 'OECD 사회 지출 업데이트 2025'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액은 337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2%. OECD 평균(22.1%)보다 7%포인트가량 낮다.
초부자에게만 유리한 법인세 등의 특례(비과세 감면) 제도도 문제. 2020년 기준, 국내 기업의 법인세 명목 세율(27.5%·지방세 및 농어촌특별세 포함)은 미국(19.7%) 등 OECD 주요국보다 높지만, 실효세율(18.1%·조세재정연구원 분석)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법인도 전체의 0.03%(151개)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특례 제도가 많은 탓.
부자 감세는 필연적으로 '국세 수입 감소→적자성 국가채무 증가' 등의 악순환을 부른다. 이재명정부의 감세는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상속세 개편은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빠졌다. 진보 진영의 역린인 종합부동산세 등도 마찬가지. 정체성 갈림길에 선 이재명정부의 또 다른 시험대가 머지않았다.
최신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