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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책자, 불편함이 주던 설렘
입력 : 2025-07-31 오후 5:56:50
주말에 배달 음식을 시켰다가 낯선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비닐봉지 안에 음식과 함께 놓인 배달 전단이었는데요.
 
오랜만에 접한 배달 책자는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바삭한 프라이드', '갓 삶은 국내산 앞다리', '쫀득한 도우'… 직관적인 설명과 매장 전화번호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죠. 다소 색이 바랜 음식 사진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낯설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배달 음식과 함께 떠밀리듯(?) 받게 되는 익숙한 물건이었으니까요. 당시만 하더라도 배달 책자를 뒤지며 음식을 주문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특히 첫 주문이라면 음식의 맛이나 양을 보장할 어떠한 객관적인 정보도 없었고 배달원과 대면해서 현금·카드 결제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죠. 그래도 오히려 정보가 제한적이었기에 음식을 받기 전까지의 기대감은 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챗GPT)
 
다만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앱 리뷰 시스템으로 음식점의 맛과 양, 위생 등을 고객들이 평가할 수 있게 됐고 비대면 선결제로 배달원과 얼굴을 마주할 일도 사라졌죠.
 
직관적인 표현보다는 상세한 설명이, 큼직한 대표사진 대신 메뉴별 상세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음식 사진도 세분화되면서 고민은 이전보다 길어졌는데요. 업체들의 적극적인 리뷰 이벤트로 높은 별점과 많은 리뷰가 기본값이 되면서 실제 주문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배달앱의 소비자 친화적인 기능이 때로는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 셈입니다.
 
책자를 한 장씩 넘기며 메뉴를 고르던 순간이, 빨라졌지만 되레 느려진 배달 문화 속에서 문득 그리워집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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