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한미 간 관세 협상이 31일 마침내 타결됐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용 철강제품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철강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철강 관세를 낮추지 못했던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됐지만, 실제 타결 내용을 받아든 업계의 분위기는 암울하다.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게 생겼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 50% 관세는 유지된다.
이번 협상 결과,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에 직면했다. “적자라면 수출을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지만, 무역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 내 고객사들에게 ‘수출을 접겠다’고 통보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역 환경은 유동적이다. 관세가 언제 다시 완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수출을 중단했다가, 향후 관세 인하 시 다시 시장을 회복하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철강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미국 수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정부의 추가 협상과 정책적 보완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만약 협상이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 예컨대 환율 안정 지원, 무역금융 보증 확대, 전략시장 다변화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 등이다.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이라 불릴 만큼 국가 제조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다. 당장 수출길이 막혀도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국가와 기업이 긴밀히 공조해 이번 관세 파고를 함께 견뎌내야 한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