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이 야간 근무를 8시간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고가 반복되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질책하자 이틀 만에 발표된 조치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을 위한 변화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소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야근을 줄인다는 회사의 발표에 일부 노동자들은 "오히려 월급이 깎인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 SPC는 이미 오랜 시간 야근 구조를 바꾸고 싶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점입니다. 수당 중심의 고강도 인력 운용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과도한 업무를 떠안게 되면 사고 위험도 커지고 그만큼 추가 수당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체감 소득 감소를 이유로 이에 강하게 반대해 왔고, 결국 회사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이 '정당한 명분'을 줬고, SPC는 기다렸다는 듯 야근 축소를 공식화했습니다. 구조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병행하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전반적 운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이 닿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현장과의 합의'보다 '정치적 타이밍'에 기대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노사 협의가 뒤따를 것이라고는 하나, 노동자들의 반발은 이미 현실입니다. 더 나은 근무 환경이라는 이름 아래 수당을 줄이고 고용을 쪼개는 방식으로 귀결된다면 이번 변화는 구조적 혁신이라기보다 기업의 장기적 계산에 따른 손익 조정에 가깝습니다. 노동자 한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때 야근을 축소한다면 주간 근무시 임금이 그만큼 높아져야 같은 수준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사업주의 생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겁니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은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줄여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논의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줄어든 노동시간이 곧 줄어든 생계로 이어집니다. 안전과 생계 사이에서 어느 한쪽만 추구하는 것이 어렵다면 결국 필요한 건 균형입니다. 명분만 앞세운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현장의 온도와 맥락을 담아낸 해법이 절실합니다.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