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엔진 정밀 분석 결과’를 유족에게 설명하고 언론 브리핑을 시도했으나, 유가족 반발로 브리핑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내용이 최종보고서가 아닌, 중간 발표 성격의 발표임에도 보고서의 핵심 내용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1월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엔진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조위는 지난 19일 사고 당시 기장이 조류 충돌로 손상된 두 엔진 중 손상이 심한 오른쪽이 아닌, 왼쪽 엔진을 끈 정황을 확인했다고 유족 측에 설명했다. 이에 엔진과 연결된 엔진전력장치(IDG)도 작동을 멈춰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의 전원과 랜딩기어(이착륙 장치) 작동이 내려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IDG는 엔진에 연결돼 전력을 만들어내는 발전기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설명에 유가족 측은 “죽은 새와 조종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엔진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앞선 지난 5~6월에 이뤄진 엔진 정밀 분석에는 사조위를 비롯해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미 연방항공청(FAA) 등이 참여했다.
논란의 핵심은 사조위가 밝힌 “조종사가 손상이 덜한 왼쪽 엔진을 껐다”는 결론이다. 이는 사고 원인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인데 사조위는 ‘손상이 덜하다’는 정량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중간 발표 형식으로 ‘왜 이런 결론을 먼저 밝히려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공정성 훼손 우려로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간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명확한 근거 없이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껐다는 ‘결론’만 언급하는 것은 절차적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조위가 최종보고서 발표 전에 ‘엔진 분석 결과’를 공개하려 했던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왼쪽 엔진을 껐다는 내용은 사실상 중간보고에 해당하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결론’만 언급한 것은 절차적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사조위는 최종보고서를 내년 6월까지 발표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국민과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설명과 검증이 수반되지 않은 최종보고서라면,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