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가능일에 재빨리 신청한 뒤 지급을 기다렸습니다. 소비쿠폰으로 제 가계부에 약간의 단비를 내려주고 싶었거든요. 빠르게 소진해 내수 활성화에 좀 더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사진=연합뉴스)
이튿날 지급된 소비쿠폰으로 수박이나 사먹어 보자 하고 동네 슈퍼마켓으로 내달렸습니다. 묻지도 않고 소비쿠폰을 지급받은 카드로 결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쿠폰을 사용하면 분명 알림이 온다고 했거든요. 없더라고요. 잔액도 표시된다고 했는데 말이죠. 계산원에게 여쭸더니 아니 글쎄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정육 코너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거죠. 왜 제가 의심도 없었냐면 이곳은 제가 지역사랑상품권인 서울페이로 이용하던 곳이었거든요.
매출 30억원이 넘어 이번 소비쿠폰 대상에선 제외됐다는 것이 계산원의 설명이었습니다. 해당 계산원도 당연히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줄 알고 신용카드로 지급을 받았다가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서울페이로 지급을 받았으면 사용가능 했으니까요. 슈퍼마켓 측도 발급 방식에 따라 용처가 달라져 곤란했는지 플래카드를 만들어 걸었습니다.
서울페이와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로 조건이 같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사용 가능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둘 다 사용 가능하거나 둘 다 사용할 수 없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곳은 서울페이 가맹점 등록 당시에는 연 매출 30억원 미만이어서 지금까지 해지가 되지 않고 사용한 것인지, 정육 코너로 사업자를 내서 서울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한 것인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자, 다음 사용처를 찾습니다. 최근 병원에 갔다가 약국에 들렀습니다. 병원에서도 조금 떨어진 약국이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번에도 소비쿠폰이 지급된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결과는 또 동네슈퍼와 같았습니다. 아무런 소비쿠폰 사용 흔적이 없더군요. 의아한 표정으로 물으니 "저희는 매출 조건이 맞지 않아서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연 매출 30억원이 넘으신다고요?"라고 외쳤고 상대방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축하할 일이네요"하고 저는 돌아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놀라움이었습니다. 저는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우리 동네 슈퍼마켓 연 매출이 30억원이 넘는대", "우리 동네 3평 남짓한 약국이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대"라고 전했습니다. 소비쿠폰을 못내 쓰지 못한 마음이 아쉬웠지만 놀라움과 부러움이 먼저였습니다. 제 주변 영세한 소상공인, 영세한 업장으로 보였던 곳이 그래도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니 어쩌면 마땅한 소득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곳들은 제가 만족하며 다니던 곳이었고 영업도 잘 하던 곳이었으니까요. 소상공인들이 고소득을 내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희망이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아무튼, 저는 이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지 꼭 물어보려고요. 당연히 가능한 줄 알았던 곳에서 퇴짜를 맞았네요. 제가 도와드릴 다음 매장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