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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은 폐지됐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입력 : 2025-07-29 오전 9:33:25
단통법이 폐지됐습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달라진 건 거의 없습니다. 공짜폰이 쏟아질 줄 알았지만 매장은 조용했고 가격도 그대로였습니다.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시장이 바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사실 많은 소비자들이 기대했습니다. 보조금 제한이 사라졌으니 이제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잡기 위해 혜택을 쏟아낼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번 주말엔 성지 한번 가봐야지"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번호이동은 잠깐 늘었지만 곧바로 줄었고 현장 분위기도 차분했습니다. 매장 직원들조차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조금을 풀 수 있는 법적 제약은 사라졌지만 통신사들이 실제로 보조금을 더 쓰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마케팅 예산은 정해져 있고 신제품이 나오는 시점에 굳이 무리할 이유도 없습니다. 보조금이 자유로워졌다고 해서 곧장 경쟁이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소비자들도 이제는 예전처럼 무턱대고 계약하지 않습니다. 단말기 가격만 보고 움직였다가 매달 비싼 요금제에 묶이는 구조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시장도 조심스럽고, 소비자도 조심스러운 지금은 말 그대로 ‘눈치만 보는 시기’입니다. 
 
업계에서는 9월 아이폰17 출시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이폰은 늘 교체 수요가 많고 통신사 입장에서도 마케팅을 걸기 좋은 기기입니다. 그 시점이 돼야 단통법 폐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지금은 단통법이 폐지됐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격이 싸졌는지 혜택이 늘었는지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가입니다. 싸게 사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싸 보이게 만드는' 마케팅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단통법이 사라졌다는 건 규제가 없어진 게 아니라 판단을 소비자에게 넘겼다는 뜻입니다. 정보는 더 많아졌고 조건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이제는 누가 먼저 줄을 서느냐보다 누가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첫날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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