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실외 사육견(마당개)의 '1m 목줄'을 끊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동물단체의 노력에 이어 최근엔 '줄 사육'을 금지하라는 국민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청원에 남겨진 동의 숫자는 보름 사이 2만명을 넘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전자청원에는 '줄 사육 전면 금지 및 조건부 이행 기준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줄 사육은 반려견에게 정상적 신체활동을 차단한 채 평생을 감금 상태로 놓는 구조적 학대며, 국제 동물복지 기준에 명백히 위배된다"면서 "줄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최소 기준을 법에 명시해주실 것도 함께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29일 오후 2시 기준으로 2만129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국회전자청원은 게시글이 등록된 후 30일 이내에 5만명이 동의할 경우 청원이 접수되고, 해당 청원에 관계된 소관 위원회로 넘어가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름 만에 2만명의 동의를 받은 건 줄 사육을 막아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022년 4월 춘천 지역 한 마당에 개가 짧은 줄로 묶여 있다.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청원인은 줄 사육으로 대표되는 실외 사육이 개를 감금 상태에서 살게 하며 자유를 박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외 사육견은 폭염과 폭우, 혹한 등 극한적인 날씨와 각종 질병을 피할 수 없습니다. 화재나 홍수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땐 생명의 위협도 더욱 커집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단체연대인 '루시의 친구들'은 올해 3월 경북 산불재난 지역을 방문, 실외 사육견 등 동물 300여마리를 치료하고 210마리를 구조한 바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선 동물을 줄로 묶어 사육하는 경우 줄의 길이를 2m 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는 등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견주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의무 소홀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에 실외 사육견을 목줄로부터 해방시키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017년부터 '시골개 1미터의 삶' 캠페인을 진행해 실외 사육견의 사육 환경 개선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동물 단체 연대인 루시의 친구들도 '해방 1미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23년 12월 칠곡군 개가 쇠사슬 목줄을 한 채 마당에 묶여 있다. (사진=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 행정력 완비, 시민 인식 삼박자가 맞아야 동물의 삶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청원을 환영한다"며 "이 사안은 광범위하기에 중성화 수술, 동물 등록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줄 사육을 막아달라는 청원을 낸 청원인은 2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방치견 구조 활동이 (청원을 낸) 계기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줄에 묶여 방치된 개가 끝도 없다"며 "별도의 구조가 필요 없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줄 사육이 불법이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며 "다른 선진국은 줄 사육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항이 존재하는데 한국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 못 하는 개들을 정부가 지켜주기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