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제공, 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전 세계에서도 신약개발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이 돌연 관련 기관의 예산을 삭감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새로운 의약품 탄생이 어려워지고 허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에선 2026년 회계연도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함께 연방기구 예산을 삭감하는 계획안을 제출했습니다.
계획안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을 올해 455억달러에서 40% 삭감해 내년 275억달러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예산은 올ㅎ72억달러에서 5.5% 삭감된 68억달러로 편성됐습니다.
민주당은 예산 삭감에 반발해 미국 의회 입법보조기관인 의회예산처(The 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에 분석을 요청했습니다.
CBO가 지난 18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산 삭감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기간 지연이 신약 개발에 미칠 영향 보고서는 NIH와 FDA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기조로 채워졌습니다.
CBO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인 전임상 연구가 예산 삭감의 영향을 즉각 받지 않는다면서도 연구 예산을 10% 삭감하면 첫 10년 동안 임상시험 1상의 약물 후보 한 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어 두 번째 10년 동안 후보물질은 9개가 줄고 세 번째 10년 동안에는 20개가 줄어들어 총 30년 동안 임상 1상에 오를 후보물질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CBO는 NIH의 전임상 연구 자금이 줄어들면 궁극적으로 시장에 출시되는 신약의 수가 약 4.5%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연간 약 2개의 약물이 감소하는 결과입니다.
FDA 예산 삭감은 신약 허가기간과 직결됩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FDA 예산 삭감으로 FDA의 신약 허가기간이 9개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펼쳤습니다.
CBO는 FDA의 신약허가신청서(NDA) 검토 기간이 9개월 증가하면 3개월 분량의 신약 승인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신약이 다음 해로 밀리는 점을 근거로 예산 삭감 첫 해에 FDA 승인 신약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또 초기 지연 이외에 검토 기간이 늘어나면 첫 10년간 신약이 3개 줄고, 두 번째 10년과 세 번째 10년간 각각 10개의 신약이 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야기될 신약 승인 감소는 이미 FDA의 승인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더 큰 우려를 낳습니다. FDA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원 약 3500명을 해고했다가 일부 재고용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FDA가 승인한 신약은 16개로 지난해 상반기 21개에 비해 5개 줄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