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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식
입력 : 2025-07-24 오후 5:52:52
17년을 함께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팔순을 넘긴 셈이라 오래 함께한 삶이었지만,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점점 기운이 빠지던 아이는 조용히 숨을 멈췄습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유튜브에서 ‘반려견 장례 방법’을 검색했습니다.
 
결국 장례식장을 예약했고, 작고 조용한 공간에서 마지막을 함께 했습니다. 화장이 끝난 후 남은 건 한 줌의 유골, 잘라낸 털 몇 가닥, 발 도장이 찍힌 종이, 장례증명서. 그것이 함께한 시간을 증명해주는 마지막 흔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장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사회 인식이 아직도 좋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가구 수는 591만 가구로 전년 대비 6만 가구 증가했습니다. 9세 이상 고령 반려견도 빠르게 늘고 있고 반려 가구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과의 이별(펫로스)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아직 미숙합니다.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밀봉해 배출해야 합니다. 동물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의료폐기물 처리, 동물장묘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다만 동물장묘를 이용한 뒤 땅에 묻는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 됩니다. 해당 관계자는 반려동물 납골당 외에는 대안이 없지만 납골당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 중에는 유골을 둘 곳을 고민하는 보호자들 중에 밤중에 몰래 산에 묻거나 장례식장 뒤편 산자락에 묻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유골을 친환경 유골함에 담아 화분에 심고 그 위에 식물을 키우는 ‘화분장’이라는 방식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이 생길 만큼 이별의 아픔을 겪는 이들은 반려 동물에게 그렇게까지 하냐는 시선을 감당해야 합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등 법과 제도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의 죽음은 법과 제도, 사회 인식 사이에서 애매한 경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느꼈습니다.
 
동물장례업체 포이리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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