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여전한 눈치싸움
입력 : 2025-07-23 오후 6:05:55
단통법 폐지 첫날, 이른바 '성지'라 불리는 핸드폰 판매점을 찾았습니다.
 
성지는 일반 대리점과 비교해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 덕분에 할인 폭이 큰 매장으로 입소문을 타면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다만 네이버 카페나 밴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서만 장소를 공개하고 상담 예약을 진행하는데요. 장소 안내부터 상담까지 은밀하게 진행되는 이유는 불법 보조금을 통해 할인 폭을 극대화하는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 챗gpt)
 
매장 테이블에 앉아 단말기 가격, 개통 방식, 제휴 할인 등을 조율하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성지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라며 계산기 혹은 노트를 내밀면 구매 당사자는 염두에 둔 가격 혹은 타 매장에서 제시한 수준의 가격을 계산기에 찍거나, 노트에 적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이 과정에서 구매자가 가격이나 숫자를 언급하면 협상(?) 테이블은 종료됩니다. 불법보조금 할인 마케팅을 진행한 매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일명 '폰파라치'를 경계하기 때문이죠.
 
22일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내심 이같은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을까 기대했습니다. 정부가 보조금 상한을 없애면서 출고가를 넘어서는 페이백 등이 더는 불법이 아니게 됐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단통법 폐지 당일 찾은 성지 매장에서는 여전히 계산기와 노트가 놓여있었습니다. 매장별로 분위기 차이는 있으나 이날 실제로 금액이 구두로 오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노트와 계산기를 꾹꾹 누르며 열심히 의사 표현을 하는 모습에 "단통법이 폐지됐는데 이제는 괜찮지 않아요?"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내뱉진 못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지나치게 많은' 지원금은 차별 행위로 보겠다는 언급을 의식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혹은 그냥 관성에 따른 행동일지도 모르죠.
 
그 누구도 가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날 매장 손님들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을 겁니다. 단통법은 이미 폐지됐음에도 그 안의 사람들은 폐지 하루 전인 21일에 머물렀습니다.
 
박재연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