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과 관련한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위기의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인수합병(M&A)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향후 이 회장의 판단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2월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 M&A나 설비투자와 같은 사안은 회장의 결단 없이는 추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사법 리스크 해소로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졌고, 삼성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번 무죄 확정은 삼성이 다시 공격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심리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며 “이 회장이 법적 굴레에서 벗어나 글로벌 무대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 만큼, 위기 극복은 물론 ‘초격차 전략’ 재가동에도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재용 회장이 법적 리스크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M&A를 미뤄왔던 만큼, 무죄 이후에는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M&A는 기업의 전략과 필요에 따라 적시에 이뤄져야지, 회장의 법적 상황이나 외부 시선에 맞춰 추진돼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M&A가 활성화되는 것 자체에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회장은 3세 경영인으로서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고, 리더십 또한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종 결정권자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무리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이나 기술 CEO들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사법 리스크는 벗어났지만,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무죄 확정 이후에도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서초 사옥과 주요 사업장을 오가며 일상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미래를 향한 이 회장의 실질적 리더십이 어떻게 증명될지,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