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정회가 되자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모진 언행에도, 부당한 지시에도 참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을의 위치가 '갑'이라고들 하지만, 아직은 낯선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의 '갑질'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보좌진에게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켰고, 화장실 비데 수리까지 지시했다는 의혹입니다.
그런데 이를 놓고 같은 당 의원은 국회가 일반 직장과 다르다며 옹호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동지적 관점, 혹은 식구 같은 개념이라는 겁니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아직 과거의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국회 보좌진들은 국회의원의 손과 발에 해당합니다. 그들의 그림자이기도 하죠. 이들에게는 자신의 임면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절대적인 존재에 해당합니다.
그들에게는 노동법도 예외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갑질인 셈이죠. 얼마 전 결혼한 국회 보좌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준비 기간에 계엄과 대선이 끼어 있던 영향도 있지만, 결혼 준비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주말에 겨우 시간을 내서 스튜디오 촬영을 했고, 그 이후에는 곧바로 출근했다고 합니다. 주 52시간은 이들에게 최대 업무 시간이 아니라 최소 업무 시간입니다.
사실 강선우 여성가족부 후보자의 갑질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입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갑질만 해도 수없이 많습니다. 의원의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는 일은 흔했고, 별장의 잔디를 깎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의원실에서 쌀밥을 먹어야 한다며 밥을 짓는 장면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수행비서관은 국회의원의 주말 일정을 따라다니며, 사적인 공간인 골프장·마트 등에 동행했고, 뒷바라지를 해야 했습니다. 혹여라도 자신이 모시는 의원의 부모상이 있으면, 조문객으로부터 축의금을 받는 일부터 축의금 내역을 정리하는 일까지 도맡아 합니다. 공적 영역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직접 들은 갑질 사례가 있지만 밝힐 수는 없습니다.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갑질을 폭로하는 순간, 앞으로의 직장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념으로 묶인 집단에서 갑질 폭로는 자칫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자신의 미래를 당의 높으신 분들께서 좌지우지하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발생했고, 이슈화됐을 때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국회의 역할이기도 하죠. 요즘 들어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보좌진들에게 친절을 베푼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시일 뿐입니다. 국회가 전수조사를 하든, 신고를 접수받든 해결책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가족 같은 직원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직장에서 일어난 분명한 갑질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인내'만이 미덕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