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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인텔, 따라가는 삼성
입력 : 2025-07-22 오후 9:00:34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는 기업 중 삼성전자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종합반도체(IDM) 체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설계(팹리스)와 제조(파운드리)를 모두 맡는다는 당찬 포부다. 설계와 제조 능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고, 리스크는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반도체업계에서 IDM을 고집하는 기업은 드물다. 대표적인 IDM으로는 인텔이 있다.
 
인텔 로고. (사진=연합뉴스)
 
인텔은 한때 반도체 산업의 절대강자였다. CPU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IDM 기업으로 군림하며, 198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인텔은 약 30년 이상 업계를 이끌었다. PC와 반도체의 역사를 논할 때 인텔은 빠질 수 없는 기업이라 할 만하다.
 
그랬던 인텔이 불과 십년여만에 몰락했다. 경쟁사들에 업계 선두 자리를 내주고, 지난해에는 아예 M&A(인수합병) 매물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실적 미달로 해마다 구조조정을 벌이는 등 나날이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한때 엔비디아 인수를 검토할 정도의 기업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인텔의 몰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찾아올 때마다 기회를 놓쳤다. 파운드리에서는 첨단 공정 개발에 실패했고, CPU에서는 AMD에게 추월당해 경쟁력을 잃었다. 인텔은 기술 변화에 둔감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
 
삼성전자의 현주소는 인텔과 닮았다. IDM을 추구했다는 점이 그렇고, 파운드리에서 위기를 겪는다는 점이 그렇다. 경영진의 착오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집중하지 못했던 점이 그렇고, 그 결과 D램 시장 업계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한때 ‘초격차’로 시장을 압도하던 삼성은, 이제 ‘추격자’가 됐다.
 
사실, 삼성전자가 인텔을 닮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표현이다. 지난 2023년 한국 전체 수출액은 830조원으로, 이중 삼성전자가 150조원을 담당했다. 약 18%. 삼성전자가 국민기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이 인텔의 수순을 밟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재난이라 할 만하다.
 
다행히도 삼성이 인텔과 같은 수순을 밟지는 않을 듯싶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지위는 공고하고, 모바일 등 다변화된 사업 구조도 아직은 든든하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내실을 다지고 있고, 기술 개발과 투자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파란 배경에 흰 글씨. 삼성과 인텔 사이에 그 이상의 공통점은 없길 바란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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