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꿈의 비만약'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지 10개월에 접어든 시점에서 우려했던 오남용 문제가 여전히 골치로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순 출시되자마자 처방이나 복약지도가 없는 무분별한 오남용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본인의 건강 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다이어트 약쯤으로 가벼이 여기고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구매, 국내로 반입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이 나서 단속에 나서기도 했죠.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반드시 의료기관과 약국을 방문해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 및 복약지도에 따라 정해진 용법용량을 거쳐 투여해야 합니다. GLP-1 계열 비만약을 해외 직구로 구매할 경우 제조 및 유통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의약품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불법 위조품인 경우 위해성분이 포함됐을 수도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원래는 인슐린 분비에 관여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약물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죠.
문제는 당국의 단속에도 여전히 국내에선 의료진의 적절한 처방 없이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투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보지 않고 비만 여부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단순히 처방전만 배포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가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위고비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 광고 적발 건수는 총 62건에 달합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용량을 서서히 올리면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위고비가 다른 비만약보다 고가의 약이다 보니 처음부터 고용량을 맞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남용 사례를 막는 적절한 규제가 시급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비만 기준에 맞춘 GLP-1 비만 치료제 사용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가이드라인 마련 그리고 비만치료 급여화를 통한 치료제 적정 사용 유도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