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활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피크아웃(고점 이후 하락)’ 우려도 나오지만,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3~4년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한다. 적어도 이기간 동안은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조선업이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뚫고 이처럼 활황기를 맞이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사업 구조로 재편한 것이 컸다. 수익성이 낮은 범용 선박 시장에서는 중국의 ‘인해전술’을 이기기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는 9개 정도에 불과한데, 중국은 70여 개가 넘는다. 그래서 기술에 집중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잘 먹히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국 간 기술 격차가 조만간 좁혀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술 격차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현재 수주 성패는 사소한 ‘디테일’과 경험의 차이에서 갈랐다”고 했다. 또 다른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술 격차는 한 자릿수 퍼센트 내외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아직 내가 교수로 있는 동안에는 따라잡히진 않겠지만, 은퇴할 즈음이면 따라잡힐 것 같다”며 농담 섞인 우려도 덧붙였다. 이 교수의 정년은 한 5년 정도 남은 것으로 안다.
반면 업계 종사자의 의견은 달랐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차이가 난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존재하며 빠른 시일 내에 잡힐 것이 아니다”라며 “꾸준히 기술 개발에 집중해 초격차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히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에 업계는 “격차가 좁혀지기 전에 오히려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선제적 투자를 촉구하는 것이다. 한창 잘 나갈 때일수록 더욱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 조선업 전반적으로 엄청난 지원을 해준다. 중국 최대 국영 조선사인 CSSC는 2023년 기준 정부 보조금 및 과학기술 연구비로 총 약 32억4000만위안(약 6287억원)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한국은 2025년 기준 약 2600억원을 지원했다.
물론 현 정부 들어 조선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조선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전방위적인 정책·재정 지원을 이어왔다. 반면 한국은 올해 들어서야 조선업을 전략 산업으로 공식 지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책적 체계나 재정적 뒷받침 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량 공세로는 중국을 이겨낼 수 없다.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뿐이다. 이번 호황기가 끝나더라도, 국내 조선업이 생존하고 다음 국면까지 버텨낼 수 있으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단기적인 호황에 안주해선 안 되며,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