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 출범을 앞둔 ‘통합 진에어’의 본사 위치를 둘러싸고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내부 혼선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따라 각 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도 하나로 통합된다. 박병률 진에어 대표는 최근 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서울 본사 유지 방침을 언급했지만, 회사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출범이 2년 안팎으로 다가오면서 통합 LCC의 본사 위치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본사 이전 여부를 두고 현장과 회사 입장 간의 엇박자가 드러나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진에어 본사. (사진=뉴스토마토)
진에어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서울에 남는 것으로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박 대표 역시 지난달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부산으로 본사가 이전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서울 본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직원들도 이 발언을 근거로 서울 잔류를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본보를 통해 기사화되자, 진에어 홍보팀은 “본사 위치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의 해당 발언이 “서울과 부산 간 인위적인 인력 재배치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회사 대표 발언과 홍보팀의 입장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부산 지역 여론과 정치권, 상공계의 눈치 보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시와 아시아나항공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지역 항공사로 현재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통합으로 본사가 서울로 이전할 경우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미 부산지역 정치권에서는 “에어부산의 부산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진에어 본사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인근에, 에어부산은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인근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선 진에어가 사용 중인 등촌동 대한항공 훈련원 사옥이 개보수돼 통합 항공사 본사로 활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대표 또한 “합병으로 늘어날 인원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대한항공 인력개발원 활용 가능성을 타운홀 미팅에서 언급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에어부산 직원도 우리의 한 가족”이라며 분리매각을 일축한 것 역시 통합 LCC의 본사가 부산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다. 여기에 통합 항공사 전체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이전한다는 방침까지 더해지면서, 본사 역시 서울에 남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울 본사로 결정난 사안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공식 부인은 사실상 ‘지역 눈치보기’일 뿐”이라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