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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입력 : 2025-07-18 오전 12:25:42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일어나자마자 약부터 삼킵니다. 항불안제.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소파. (사진=런던 프로이트 박물관)
 
기삿거리를 찾아 헤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서부터 조선·중앙·동아, 매경·한경·서경, 한겨레·경향까지. 
 
진보든 보수든, 종합이든 경제든 가리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단 한 문장만 있다면 말이죠. 
 
온 세상이 뇌를 타고 흘러 들어옵니다.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 세계의 연장이 됩니다.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건, 끊임없이 망가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절 없는 삶. 감각의 과잉, 끊임없는 반응성, 자기 붕괴의 불안감. 
 
셀 수 없이 많은 담배를 피웁니다. 새 습관이 생겼습니다. 2개의 담배를 2분의 1씩만 피우는 것. 1개비로 2개 피우는 기분을 내는 거죠. 터질 듯한 답답함을 어떻게든 날려버려야 합니다. 
 
점심부터 맥주를 마십니다. 정신이 들지 않아서요. 맑아지는 느낌은 알고 보니, 피로로 인해 과각성된 뇌가, 술이라는 억제제 작용으로 잠깐 '균형'을 찾은 듯한 착각이라고 합니다. 그 잠깐이 없으면 하루를 견딜 수 없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려 합니다. 하지만 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어떤 방향성도 제공하지 않죠. 이것만이 유일한 진실이고 진리이며 결과입니다. 
 
그런데 기자는 그 의미를 써 내려가야 합니다. 오롯한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죠. 그래서 고통스럽습니다. 
 
마셜 맥루언은 20세기를 두고 '정신과 소파'(the psychiatrist's couch)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사회 전체가 전쟁, 파시즘, 대공황, 냉전, 핵공포 등을 겪으며 심리적 병리와 상처를 안고 있던 시대. 
 
인간은 더 이상 전지전능한 주체가 아니라, 심리적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그 소파를 떠올리며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오류동역에 도착했습니다. 현재시각 오전 0시9분.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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