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오랜 기간 자신을 옥죄어 온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혐의로 기소된 지 약 5년, 그리고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8년 이상 자신을 옭아맨 질긴 그물을 풀어내는데 성공한 셈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지속된 실적 부진에 따른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총수 리스크’라는 족쇄를 벗게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데 따른 기대가 크다. 재계 맏형격인 삼성이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경영 판단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하길 바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 변화 외에도 중요한 것이 내부 혁신이다. 이를 위해서는 책임 경영 의지를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앞서 지난 2월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위원장은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 경영을 조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 나오는 삼성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삼성의 위기론이 결국 계속된 실적 부진과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불거지고 있는 만큼, 책임 경영을 기반으로 확실한 경영 전략과 비전을 설파할 필요성도 있다. ‘이재용의 뉴삼성’은 아직까지 경영 철학과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 적이 없다.
책임 경영을 바탕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도 필수적이다. 현재 삼성의 소유 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이 회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을 통해 간접 지배력을 행사한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났지만, 시민 사회는 여전히 삼성물산 합병이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 합병’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논평을 내고 “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회장으로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가 대기업집단이나 재벌 총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일단락이 됐지만 이는 또다른 시작일 뿐이다. 냉혹한 평가일 수도 있지만, 사법 굴레를 벗은 ‘이재용의 뉴삼성’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이는 오롯이 총수인 이 회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도 경영을 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은 책임 경영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