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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해명
입력 : 2025-07-16 오후 6:56:07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날마다 하는 대통령실 브리핑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브리핑하는 대변인만 찍었던 카메라는 추가 설치돼 질문하는 기자들의 모습까지 쌍방향으로 비추게 됐습니다. 대변인 혼자 떠는 모습이 아닌 진짜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강유정 대변인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반 기자들은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기자들의 얼굴이 공개되면, AI로 딥페이크 범죄의 표적이 될 것 같다며 다소 괴상한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자는 어차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쓰는데 얼굴 공개가 무슨 큰 의미가 있냐는 것입니다. 
 
결국 카메라는 양방향을 비췄고, 시청자들은 이전과 달리 기자들의 이름을 듣고 누구인지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생한 모습을 관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간혹 엉뚱한 질문이나, 나쁜 의도가 깔린 질문을 하는 기자들은 일부 유튜버의 타깃이 됩니다. 
 
그런 일종의 인터넷 박제가 결국 문제가 됐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을 출입하게 된 A 기자가 '비공개' 사안을 두고 강유정 대변인에게 질문했고, 그 모습이 유튜브에 쇼츠로 재생산됐습니다. 댓글에는 "기레기가 엠바고를 어기고 말했다" "비공개 사안을 말한 것은 의도가 불순하다" 등의 강 대변인을 두둔하고 기자를 향한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무심코 흘려봤던 내용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고, 해당 기자는 엠바고를 어기고 비공개 사안을 공개한 파렴치한으로 둔갑했습니다. 거기에 이른바 네티즌수사대는 A 기자가 지난 정부에서 표창장을 받았다며 선동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여론은 "어쩐지 윤석열정부에서 상을 받은 기자라 의도가 불순했다" "김치찌개 먹고 달걀말이 먹을 때는 입도 뻥끗 못 하지않았냐"며 조롱에 가까운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바로잡자면 A 기자가 질문하기 전날 <미디어오늘>에서 <이 대통령, 조중동·KBS·MBC 등 언론사 사장들과 만찬>이란 제목으로 이미 보도된 내용을 질문한 것입니다. 그러나 강 대변인은 해당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것인지 질문한 기자를 질책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강 대변인이 언론인 출신이 아니란 점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이나 편집국장을 만나는 경우 관련 내용이 보도되진 않으나, 만난다는 내용으로 보도가 된 적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모르고 비공개 일정이니 모두 말하면 안 된다고 인지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사실은 A 기자는 윤석열정부 때 산업부 출입 기자로 안덕근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아, 김치찌개 회동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해당 사건으로 A 기자는 회사로부터 대통령실에서 빠지라는 인사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일부 기자들은 여기에 동요하며 카메라 설치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일은 오해와 일종의 인터넷 선동으로 불거진 일이라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카메라 철수 등을 언급하기에는 기자들의 원죄들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팩트체크 보다 누군가의 입만 바라보며 쓴 기사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저버리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합니다. 국민들을 대신해 묻되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다시금 깨닫고 다짐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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