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출신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지난 15일 진행됐습니다.
한 후보자는 2007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서 검색품질센터 이사를 역임한 뒤 네이버에서 서비스1본부장, 서비스총괄 이사 등을 거쳐 2017년 여성 최초로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인물입니다. 지난 2022년까지 5년간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특히 한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시기 네이버는 동영상과 결제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인 2019년 연 매출 5조원을, 2020년에는 연 매출 6조원을 달성했습니다.
여성 기업인으로서 성공적인 경영 사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과정 중 다소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한 후보자가 재직했던 네이버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점입니다. 21대, 22대 국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소상공인의 숙원이기도 합니다.
온플법은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상한을 정하고, 영세업자 등에게 수수료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중개 수수료율을 이용자별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온플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이 커가면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일관되게 갖고 있는 소신은, 플랫폼은 사업자와 같이 가야 길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앞으로도 조금 더 플랫폼 사업자들을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소상공인과 플랫폼의 동반성장 방안과 관련해선 "네이버에서 사용자를 봤던 것처럼 대한민국 전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내가 모셔야 될 사용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분들의 요구를 듣고 말씀 듣는 것이 먼저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법 제정보다는 자율적 조정이나 시장 기제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예상된 반응입니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재직 시절에도 역차별 발생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온플법 제정 등에 사실상 반대해왔습니다.
앞서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한 후보자에게 온플법에 대해 명확하게 견해를 밝힐 것을 촉구했는데요.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한 후보자의 발언만으로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차기 중기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장관이 된 이후에는 더이상 네이버 대표가 아니라는 마인드일 것 같습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