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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방산’ 갈 길 멀다
입력 : 2025-07-15 오후 4:34:59
“무기를 사는 궁극적인 이유는 안보, 국방이잖아요. 친환경 소재가 들어가면 당연히 좋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도 늘리고 있지만, 가장 큰 목표에 우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방산업계 RE100(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100% 활용) 이행 현황’을 취재하던 당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이고, 무기체계의 성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범위를 넓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체를 아우른다 해도 살상무기를 제조하는 방위산업은 대표적인 ‘죄악 산업’으로 분류된다. 방산업계에게 ESG는 상충되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LIG넥스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사진=LIG넥스원).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무력충돌이 늘어나면서, 방산업계의 인식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환의 기점이 된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안보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자국 방산 역량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늘었다. 범유럽 전자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는 지난 5월 ESG의 정의를 ‘에너지(Energy), 안보(Security), 지정학(Geostrategy)’으로 재정의하겠다면서, 방위산업을 ESG 투자 지표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흐름은 ESG 투자 지형의 변화와 함께 방산업체들의 자금 조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이 ‘사회’ 측면에서 가졌던 고질적인 리스크가 완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SG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으면 투자자금 조달, 신용등급 하락, 주식 저평가 등의 위협을 떠안을 수 있다. 무기체계를 수출하게 될 경우, 금융지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방산업계가 ESG 활동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이제 방산업계는 ‘환경’과 ‘지배구조’도 신경써야 할 때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지난달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방산업계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여전히 1%를 밑돌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이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ESG 공시를 세분화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LIG넥스원이 이번 보고서에서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Scope 3)을 공개한 점은 고무적이다. 지속 가능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방산업계는 적극적인 ESG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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