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각종 규제와 정책 변화로 인해 정비사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사비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재건축 사업 진행이 더딘데요.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공사비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평당 1120만원, 압구정2구역은 1150만원, 방배동 서래마을의 '강남 효성빌라' 재건축 사업장의 공사비는 무려 1550만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건설 자재 가격 인상에 있습니다. 지속되는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해 시멘트, 레미콘 등 기초 건자재는 물론 외장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자재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조합들의 고급화 요구가 더해지면서 공사비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데요.
앞으로 공사비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지난달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해 고성능 창호와 단열재, 고효율 설비 등을 적용해야 하는데, 공사비가 최대 8%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 역시 재건축 사업에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주비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서울 내 고가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남권과 여의도, 용산 등 자산 평가액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 단지들은 주변 전셋값이 비싸 6억원으로는 적절한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들이 공사 기간 동안 임시 거주할 전셋집을 구하는 데 사용되는 자금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간주하면서 대출 한도에 제한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 내 정비사업장 53곳이 영향을 받게 됐죠.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건축물과 금융 안정성 확보는 분명 중요한 가치이지만, 정비사업 자체가 위축된다면 결과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환경 정책과 금융 안정성 확보라는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정책 의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