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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천원의 행복, 만천원의 서글픔
입력 : 2025-07-14 오후 5:21:28
얼마 전 점심으로 분식점에 들렀습니다. 김밥 한 줄에 라면을 시켰는데 계산대에서 들려온 금액은 1만1000원이었습니다. 김밥과 라면. 서민 음식의 대명사 격인 이 두 가지가 이제는 최저시급인 1만30원으로도 사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린 현실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김밥 한 줄에 1000원, 라면 한 그릇에 1000원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김밥을 나눠 먹던 초등학생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죠. 500원짜리 동전 몇 개만 있어도 충분히 즐거운 간식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만1000원이라는 금액 앞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이 선뜻 분식집의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을까요? 그저 막연한 상상 속의 풍경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점점 팍팍해지는 삶이 이토록 실감 나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학생들의 소박한 간식거리마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치솟은 물가는 우리 사회의 고단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김밥과 라면을 먹으며 문득 얼마 전에 만났던 이삿짐센터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아저씨는 지난 1980년대가 오히려 살기 좋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폭력적인 탄압과 통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저렴하고 집값도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었다는 겁니다. 그때는 힘들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하면 먹고사는 데 큰 걱정은 없었다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지금은 물가도 비싸고,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소득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 서민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학교 근처 동네를 지나다 보면 옛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하교 후 친구들과 분식집에 모여 떡볶이를 먹던 추억은 여전히 선명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던 분식집들마저 사라지고, 아이들이 북적이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단돈 몇백 원으로도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과거가 되어버린 걸까요?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아 더욱 암울합니다. 청년들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거라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서울 시내의 한 김밥집에 판매 중인 김밥.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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