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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라는 이름의 ‘적자 늪’
입력 : 2025-07-14 오후 4:27:34
“저희 진짜 힘들어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가 한 말이다. 한국의 자랑이자 삼성그룹을 강하게 지탱해온 핵심 사업부서, 반도체 관련 사업부가 흔들린 지 시간이 꽤 지났다는 토로였다. 특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최근 고전하는 모습이 대두됐으나, 더 심각한건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적자고리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자 늪에 빠졌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 2023년 약 2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음해에는 약 두 배 늘어난 4조원정도의 적자를 내며 폭을 키워갔다. 올해 전망으로는 적자규모를 조금 줄인 약 3조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잠정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5.9% 급락한 4조6000억원에 그치며 증권가 추정치보다 낮은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도 파운드리의 부진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점유율도 경쟁사에 계속 뺏기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를 보면 삼성 파운드리는 지난 2017년 독립 사업부 출범 이후 2019년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9.1%까지 기록했지만, 매 시기 점유율이 떨어지며 올해 지난 1분기 7.7%로 집계됐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67.6%)는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며 치고 나가고 있으며, 시장 3위인 중국 SMIC(6%)는 바짝 추격해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반면, TSMC는 독주 체제가 더 확고해져 2분기 시장 점유율 70%를 넘을 수 있다는 장밋빛 예측을 받고 있다. TSMC는 올해 2분기 매출 9338억 대만달러(약 43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1㎚=10억분의 1m) 공정 수율 문제가 커진 후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지속된 탓이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는 닌텐도의 최신 게임기와 삼성전자의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칩 등 단비 수주를 받으며 각각 8나노, 3나노 공정이 양산에 돌입했지만, 추가적인 성과가 절실한 입장이다. 내년 가동을 앞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삼성 파운드리도 투자와 개발을 축소하고, 고객사 확보를 위한 ‘내실 다지기’에 전념하고 있다. 현 수율이 40% 수준인 2나노 공정 수율을 연내 70% 이상으로 끌어올려 빅테크 기업을 공략할 목적이다. 만약 2나노 공정에서도 삼성 파운드리가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테일러 공장 등 대규모 투자는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도 막대한 리스크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삼성 파운드리의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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