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의 친구 변소인입니다. 지금 ○○이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챗GPT)
유선 집 전화가 있던 시절 통화를 해본 이들이라면 이 문장이 익숙할 것입니다. 전화기를 들기 전 심호흡을 하며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간단한 안부는 SNS나 카카오톡을 통해 묻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보내놓는 식입니다. 온라인 메신저 시절처럼 접속했을 때에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참으로 편리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업무상 전화를 할 일이 많습니다. 예의를 갖춰야 할 때는 무조건 스마트폰을 듭니다. 또 자세한 설명을 듣거나 메시지로 남기기 어려운 내용을 여쭈기 위해서도 통화를 택합니다. 어려운 사이에는 통화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급할 때는 먼저 통화 버튼을 누를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불시에 전화를 받게 됩니다. 미팅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볼일을 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녕하세요?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또는 "통화 괜찮으신가요?"라고 묻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상대의 통화음을 주의 깊게 듣고 상대가 통화가 가능한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반대로 제가 통화가 곤란할 때 전화를 받아들면 불편한 순간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예절에 대한 기준점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겐 모자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대중교통에서 불가피하게 통화할 때면 통화 상대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 제가 최근 유독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통화 태도를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지난 봄, 어떤 분과 통화하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렸습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면 저는 상대방이 하는 대화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치겠지 했던 소리는 통화하는 내내 이어졌습니다. 빨대로 얼음이 든 음료를 휘휘 젓는 소리였습니다. 통화에선 어찌나 가까이 들리던지 통화 내내 제대로 알아듣기 위해 끙끙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 식사는 물론 저녁 식사 시간에 별로 급하지 않은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처음 하는 통화인데 인사도 없이 본론만 랩처럼 외는 통화, 인사를 하고선 바쁜 일이 생겼는지 갑자기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지루해서 졸린 탓인지 통화 내내 불펜을 딸깍 거리는 분, 효자손 등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분도 있었습니다. 자기소개를 여러 번 듣고 싶으신 것인지 누구냐고 3번 묻는 분도 있습니다. 불편한 질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기자라는 소개에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는 분도 봤습니다.
제가 해야 할 다른 일이 남아 있다고 호소해도 본인이 할 말을 끊지 못해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죠. 20분을 그렇게 통화하면 두통이 생겨 진이 다 빠집니다. 분명 답변을 주기로 약속했는데 일주일 이상, 그 뒤로 영원히 잠수를 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개성으로 봐야할 까요? 그 옛날 친구 집에 전화하던 공식 멘트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