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 e-모빌리티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회를 취재하면서 내가 확인한 것은 자동차 전시회의 활기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전시회의 몸부림이었다.
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국제 e-모빌리티 전시회' 모습. (사진=자동차기자협회)
예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가 이제 ‘e-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바꿔 전시를 열었으나, 관람객들의 발길은 예전만큼 이어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전시회가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한때 세계 5대 모터쇼로 꼽혔던 제네바 모터쇼는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 취소됐고, 결국 2024년 흥행 실패로 2025년에는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 던 이 전시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2년마다 열리던 부산모터쇼도 한때 취소가 됐고, 서울모터쇼마저 ‘서울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꿔야 했다. 물론 코로나19가 큰 변곡점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코로나 여파로 지난 몇 년간 자동차 모터쇼는 일정을 미루거나 행사를 취소하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단순히 일시적인 중단을 가져온게 아니라, 이미 진행되던 변화를 가속화했다고 본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그리고 무엇보다 모빌리티 서비스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시회에 참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자동차를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모터쇼 였는데,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언제든 자동차를 볼 수 있다.
제주 e-모빌리티 전시회의 한산한 모습은 이런 문화적 활기가 사라져가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줬다.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동차가 주는 감성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는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5대 모터쇼조차 폐지되는 상황을 보면,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회의 시대는 정말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 과정에서 자동차 전시회만의 고유한 가치들이 제대로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꿈꾸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전시회가 사라지고 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