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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입력 : 2025-07-11 오전 10:30:37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1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꽤 오래전 친구와 함께 실내 공공체육시설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조금 일찍 시작된 더위에 실내 스포츠를 찾았고, 배드민턴이 제일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 등록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곧바로 한 달 등록을 했습니다. 돈이라도 미리 내야 꾸준히 다닐 것 같았습니다. 
 
구에서 운영하는 배드민턴용 체육관은 꽤 컸습니다. 코트만 해도 10개는 족히 넘었습니다. 퇴근 후 찾았던 배드민턴장에는 꽤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한쪽 구석에서 쭈뼛거리며 배드민턴을 쳤고, 며칠이 지나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배드민턴을 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분명 그곳에는 룰이라는 게 존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장소이다 보니, 11점 게임을 3세트 하면 뒷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겁니다. 
 
그런데 경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 체육관에서 오래 계시던 '고인물' 동호회 분들이 코트를 침범해 연습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3세트만 마치고 나가겠다고 했는데도 빨리 나가라는 듯 조금씩 코트 안으로 들어왔고, 이게 말로 만 듣던 텃세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친구와 저는 공공체육시설의 텃세 문화를 직접 체감하며, 다시는 그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공공체육시설의 고인물 문화는 유명합니다. 오랜 기간 그곳에 살며, 사실상 자신들의 전용 코트인 것 마냥 행동하고 자신들만의 룰도 따로 만들어 신규 회원의 유입을 막아 그곳을 장악하는 거죠. 
 
그래서 늘 고인물은 썪는다고 말하는 겁니다. 우리 정치에도 고인물이 존재합니다. 제1야당에 다선 의원들이 바로 그 고인물이죠. 언젠가부터 선거에서 지는 게 큰 충격도 아니게 됐습니다. 영남에서 자신들의 자리만 지키면 될 일이죠. 체육시설을 장악한 고인물들과 다를 게 없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윤석열 부부의 전횡과 계엄에 대한 책임을 당헌·당규에 담겠다고 합니다. 왜 자신들에게 혁신이 필요한지를 전혀 모르는 모양새입니다. 윤석열씨가 헌법을 몰라서 불법 계엄을 했을까요. 자신들도 잘 보지 않는 당헌·당규에 적어만 놓으면 알아서 혁신이 될까요. 
 
안철수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의 청산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고인물의 청산입니다. 이대로가면 내년 지방선거까지 내줄 판입니다. 정부와 국회까지 내준 것도 모자라, 전국 지자체까지 내주고 싶지 않다면 이제라도 고인물을 퍼내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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