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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주고받을 것
입력 : 2025-07-10 오후 6:00: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의약품과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에, 방위비 분담금까지 무더기로 쏟아냈다. 25% 상호관세를 거론한 지 하루 만이었다. 명색이 우방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에는 ‘무역 적자국’이라는 타이틀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국빈식당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오찬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청구서를 가진 채권자처럼 고압적이다. 누구나 불쾌할 방약무인한 태도지만, 정부는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순 없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여전히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까닭이다.
 
영국과 베트남의 선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막무가내일지언정 아주 비현실적인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베트남은 관세를 40%에서 20%로 대폭 낮춰주는 대신 시장을 완전 개방했고, 영국도 미국산 에탄올과 쇠고기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연간 10만대의 쿼터 내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아내기도 했다. 기브 앤 테이크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얼 주고, 무얼 받아야 할까. 아무래도 정부가 가장 지키고 싶은 분야는 반도체일 듯싶다. 인공지능(AI) 강국을 천명한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게 반도체 산업이기도 하고, 현재 수출을 견인하는 대표 산업이기도 하니까. AI 시대에 반도체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반대로 어느 분야를 내줘야 할까.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자니 특정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더 쓰는 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다른 직업군에서 관세를 수용하면,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산업군에 피해를 주는 격이 된다.
 
다만, 이건 꼭 반도체가 아니라 무얼 선택하든 찾아올 후폭풍이다. 결국 우리나라로서는 조금이라도 덜 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톱다운에 원스톱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고, 단기간에 끝내는 신속한 거래를 선호한다. 논의가 장기화하자 우방임에도 관세를 1% 더 올려버린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시 영국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양국은 대승적인 합의는 이뤘지만 세부적으로는 몇 가지의 합의 사항들을 더 남겨두고 추후에 진행햐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원스톱’의 한계다. 달리 말하면 8월1일까지라고 하면서도, 합의 전략에 따라 약간의 유예를 더 벌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3주는 짧은 시간이다. 계엄 및 탄핵, 6개월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미국발 관세정책 대응이 미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한달여 만에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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