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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리츠 운용사, 저평가 확신하면 자사주 매입·소각하라
코스피 뜨거운데 리츠만 냉골…공모가 크게 하회
입력 : 2025-07-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스피가 3000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기세입니다. 정부 여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규정 등을 개정한 상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 법안까지 발의하는 등 자본시장 개혁을 향해 일사천리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집중투표제 도입 등도 논의 중입니다. 
 
시장은 이렇게 뜨거운 열기 속에서 달아오르고 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르게 한겨울 냉기 속에 머물러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리츠(REITs)입니다. 주가 상승은커녕 죄다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상황입니다. 
 
코스피 뛰는데…리츠, 극악 부진
 
국내 증시에 상장한 리츠들은 호기롭게 등장해 국내외 굴지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했으나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이자 펀치를 얻어맞았고, 그에 따른 자산평가액 하락에 연타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리츠 투자자들은 운용사들을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 당장 보유 자산을 팔고 청산할 것을 주문합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상장 후 공모가 이상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리츠 종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 상장 리츠들은 극도의 침체기에 빠져 있습니다.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주가는 리츠가 보유한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리츠 운용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리츠가 보유한 자산은 공인된 감정평가 기관이 매년 평가해 자산가치를 산정합니다. 이를 토대로 리츠 1주의 순자산가치(NAV)를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 리츠 주가에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를 따집니다. 그런데 이걸 곧이곧대로 믿는 투자자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정확한 평가액이겠지만 믿지 못할 만큼 불신이 팽배합니다. 
 
운용사 관계자들은 저평가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타개할 마땅한 방법도 없어 그저 현 상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 주가라면 배당수익률이 몇 퍼센트” 정도로 저평가를 강조할 뿐입니다. 
 
한국리츠협회 홈페이지에서 현재 주가에 기준한 상장리츠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자릿수 수익률이 기대되는 종목도 있으나 배당이 무색할 정도로 주가 하락으로 고전 중이다. (한국리츠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건물 사는 것보다 자사주 사는 게 이득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한창 뜨거운 자사주 소각을 리츠에서 활용하는 겁니다. 
 
워렌 버핏은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크게 저평가됐을 때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게 했습니다.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보다 버크셔의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쉽게 돈을 버는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버크셔 주식 1주의 가치는 그 회사를 이끄는 본인이 가장 잘 알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리츠 운용사들이 항변하는 것처럼 정말로 현재 리츠의 주가가 해당 리츠가 보유한 자산보다 훨씬 싸게 거래되고 있다면, 리츠가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은 단순명료합니다. 배당금 재원으로 배당하는 대신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겁니다. 
 
100원 가치를 지닌 리츠가 시장에서 50원, 6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리츠 운용역은 투자할 다른 부동산을 찾을 게 아니라 자기 주식을 사는 것이 올바른 결정입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제 가치보다 30% 이상 할인돼 거래되는 물건을, 더구나 아무 비용 들이지 않고 손쉽게 매입할 수 있는 경우는 찾기 어려울 테니까요. 
 
또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주주들에게도 이득입니다. 중간에 배당소득세로 누수될 일도 없고 청산을 주장하는 주주들에게 일부 청산(유상감자)과 비슷한 효과를 줄 수도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하지만 전례 없어
 
국내 상장 리츠 중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전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합니다. 국토부에 질의한 결과, 리츠도 상법 규정에 따라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고, 또 소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케이탑리츠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200만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후 그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들였습니다. 다만 이 자사주를 소각할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상장 리츠 관계자도 “주가를 올릴 다양한 방안들을 연구하면서 자사주 매입, 소각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주주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계산기로 두드린 이익보다 당장 손에 쥐는 배당금이라도 받자는 주주가 많을 겁니다. 리츠를 이 모양으로 만든 운용사를 불신해서 생기는 일이니 전적으로 신뢰를 잃은 운용사 책임입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이 운용하는 리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필요합니다. 
 
자사주 소각 법안 발의를 재료로 부국증권, 신영증권, 조광피혁 등 일부 종목들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작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한 건 리츠입니다. 침체된 상장 리츠들에겐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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