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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천대하는 바이오시밀러…원인은 제도
입력 : 2025-07-08 오후 4:33:08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만료된 뒤 같은 성분으로 만든 약입니다.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을 입증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어야 시판이 가능합니다.
 
최근 들어 바이오시밀러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은 달라졌습니다. 단순 '복제약'에 그치지 않고 여러 제형이 탄생하면서 나름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정맥에 주사를 꽂아 맞아야 하는데 바이오시밀러는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저렴한 가격도 바이오시밀러의 매력 요소 중 하나입니다. 통상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과 시간은 오리지널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약가 역시 오리지널 대비 50%에서 많게는 80%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됩니다. 바이오시밀러 가격 덕을 보는 대상에는 환자는 물론 개발 기업도 포함되는 셈이죠.
 
여러 장점이 합쳐진 결과 3세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139.4% 성장해 내년이면 54억6000만 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해외에선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오르는 중입니다. 유럽에선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이 50%까지 찼습니다. 두 품목 모두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입니다.
 
한국 사정은 다릅니다. 휴미라 점유율이 9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레미케이드 점유율은 지난 2022년 기준 60%로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한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위상이 갈린 배경은 제도입니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영국이나 이탈리아, 독일 등의 나라에선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정착했습니다. 영국에선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최적의 의약품을 처방했다고 판단되면 처방 의사에게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바이오시밀러가 약가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습니다. 휴미라, 레미케이드와 바이오시밀러 간의 약가 차이가 작년 기준 10~15%에 불과한 탓입니다.
 
개선 방안은 있습니다. 유럽의 참조가격제 도입이 대표적 예입니다.
 
유럽의 참조가격제는 화학 구조나 약리작용, 적응증 등이 유사한 약품을 엮어 하나의 참조군을 설정하는 제도입니다. 해당 군에 속한 모든 약들에 약값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의료보험이 보상하고, 환자가 이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경우 참조가격을 넘는 차액은 본인 부담으로 넘기는 식이죠. 환자가 본인 부담금을 내고 싶지 않으면 참조군에 있는 약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당장 환자에게 어떤 약을 쓸지 맡기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넓게 퍼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오리지널이 아닌 약을 먹었다고 생각해 약효를 느끼지 못하는 노시보(nocebo) 효과도 우려됩니다.
 
상장 바이오기업에는 수많은 주주들이 몰립니다. 그러니 대통령선거가 있을 때마다 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는 약속이 나오죠. 대부분은 투자를 유치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말들입니다. 그보다 먼저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첫걸음부터 내디딜 필요가 있겠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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