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많지 않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가 진상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참사의 충격은 컸고 고통은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관련 기관의 후속 조치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12월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등이 사고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로 조성된 공항을 개보수하겠다고 지난 4월30일 ‘항공 안전 혁신 방안’ 발표를 통해 밝혔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를 향해 고도와 위치 등을 전파로 쏴서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그런데 무안공항의 경우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토부는 혁신 방안을 통해 무안, 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등 6개 공항의 둔덕형 로컬라이저를 연내 철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는 로컬라이저 철거를 위해 용역업체를 선정, 당초 지난달까지 용역업체로부터 철거 계획 등이 담긴 개선안을 받아들고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정이 이달로 연기됐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개선안 없이도 철거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사는 “용역이 완료되면 순차적으로 공항 개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사 발생 6개월이 지나도록 실제 철거가 이뤄진 공항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동일한 사고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상 장애물(로컬라이저)를 우선 철거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로컬라이저 구조 개선 외에도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대응 인력 및 장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나 지지부진하다. 조류충돌 예방 전담 인력은 최소 2명이어야 한다. 그런데 참사 당시 1명이 근무해 규정 위반이었다. 사고가 난 뒤에야 국토부는 철새 도래지인 무안공항 조류 퇴치 인력을 12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달 기준 8명으로 늘었지만, 연내 4명을 더 채용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는 “국토교통부 고시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 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에 따라 인력을 확보하겠다”고만 답했다.
참사 당시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장비도 최하위였는데 사고 이후 눈에 띄게 보완됐다고 보기 어렵다. 조류 감지에 효과적인 열화상 카메라는 사고 당시 한 대도 없었는데, 지금은 1대만 도입됐다. 조류를 그물로 포획하는 넷건은 여전히 1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한 항공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었고, 승무원 2명만 생존했다. 대형 참사를 겪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더디기만 하다는 점에서 유가족과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