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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바가지요금, 문화가 된 씁쓸함
입력 : 2025-07-07 오후 5:37:02
해마다 7, 8월이 되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바다로, 누군가는 산으로… 이른바 '휴가 시즌'을 맞아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나누기 바쁜데요. 그러나 꿈만 같던 여름휴가의 뒷맛은 씁쓸합니다. 수십 년간 이어지는 '바가지요금' 때문이죠.
 
휴가를 앞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행을 약속한 친구에게 다짐했습니다. "이번엔 절대 바가지 안 쓴다!" 그러자 친구는 웃으며 답합니다. "그게 사람의 힘으로 되는 일이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수십 년간 사라지지 못한 이 '문화'가 개인의 의지 하나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무의식중에 알고 있었던 것이죠.
 
6일 오후 해가 저문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 피서객들이 해변에 남아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론 정부도 여름철 과도하게 높은 피서지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담합·가격표시제 위반 등 불공정행위는 처벌하고, 민관 합동 점검반의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최근 밝혔는데요. 잠깐이나마 1박 30만원 숙소, 15만원 조개구이, 3만원 파라솔 등등에서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이어졌지만,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휴가철 바가지요금 근절에 대한 방안과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휴가를 앞둔 주변인들에게 피서철 '바가지요금'에 대해 물어보면 "어차피 한두 해 그런 것도 아니잖아", "어딜가나 마찬가지니깐", "일 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인데 그냥 감당해야지" 등의 말이 돌아옵니다. 동행을 약속한 친구도 지난해 피서지에서 한 병에 2000원이 넘는 생수를 건네며 했던 말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내가 경치값 내고 받아왔어"
 
그저 '한철 돈벌이'로 생각하고 담합하는 상인들보다, 이를 당연한 듯(체념이 포함됐을지라도) 여기는 문화가 바가지를 더 부추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서지에서의 아이들 웃음소리, 계곡이나 바다의 물결 소리, 물새가 우는 소리 등은 '지금이 여름이구나'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억지로 고쳐 쓴 피서지 식당의 메뉴판, 매직으로 성의 없이 급조한 평상의 가격표도 '지금이 여름이구나'를 체감하게 해줍니다. 수십번을 넘게 여름을 보내며 지독한 습도와 기온에는 어느 정도 이골이 났지만, 이 풍경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바가지는 사라지지 않고,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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