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2인, 찬성 220인, 반대 29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오랜 진통 끝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상법 개정안은 전 정부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번번이 무산됐었죠.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야당이 반대했던 이른바 3%룰까지 포함되면서 이전 개정안보다 더 센 '여야 협치 1호 법안' 으로 탄생합니다.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핵심인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내이사 감사위원 선출에만 적용하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3%룰을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도 적용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된 점이 눈에 띕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재명 정부에서 탄생한 첫 여야 협치 1호 법안이지만 재계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죠. 대기업 지배구조 90%가 창업주 일가의 2, 3세들이 지분을 증여받거나 상속받아 경영 승계하는 구조임에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 투자가 어려워진다거나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는 주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죠. 하지만 이는 기형적인 지배구조와 견제 없는 대주주의 막강한 권한에서 비롯된 오너리스크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질적인 병폐로 존재하는 현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가 독점했던 권한을 분산시키는 과정에서 소수 이익 집단에게는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산업계 전반에는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입니다. 선순환 시장구조에서 비롯된 이익은 특정 집단만이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주주와 투자자 나아가 기업 경영자까지 모든 경제 주체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제약기업의 경우 오랫동안 오너 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번 상법 개정을 기점으로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기업 경영권을 두고 오너 일가 간 갈등이 비화 된 기업의 경우 개정된 상법에 따라 외부세력 개입이 이전보다 용이해져 분쟁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집중투표제가 가능해지면, 소액주주도 의결권을 모아 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죠.
상장 제약사들의 경우 ESG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내놓고 있지만 형식적인 이벤트 성격이 강했습니다.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주주가 지분율로 지배구조를 장악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소액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신뢰와 책임을 기반으로 한 기업 경영 문화가 빠른 시일 내 정착해야 할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