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새로운 수출 역사를 썼다.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가 K2전차 수출 계약을 공식 체결하면서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가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022년 폴란드 1차 수출 계약 금액인 약 4조50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데다 개별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새 정부의 첫 대규모 방산 수출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했다. (사진=현대로템).
국내 방산업계는 △실전 경험 △가성비 △빠른 납기를 토대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국제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자주 국방 기조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에, 신속한 납기는 무기 구매국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하는 등 K-방산의 수출 기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방산의 수출 신화가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표적인 게 바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다. K-방산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왔지만, 여전히 핵심 소재와 부품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레이더, 유도무기 등에 활용되는 국방 반도체는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중요도가 높아지는 드론 역시 대부분 중국산 제품에 기대는 실정이다. 높은 해외 의존도는 무기 수출 과정에서 기술 이전·부품 수급에 대해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방산 소부장 국산화가 시급한 이유다.
방산 소부장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무기체계와 함께 소부장 기업들도 실제 사업화와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계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바이 유러피안’ 등 K-방산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방산 소재·부품 기술 국산화는 높이는 것은 K-방산 경쟁력 확보와 함께 군사 안보도 챙길 수 있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지하고 협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2025년 민군기술협력사업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총 113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AI, 반도체, 로봇, 드론 등 소부장 핵심기술 자립화에 전체 투자액의 63%인 7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후보 시절 ‘방산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을 약속하며 K-방산 육성 의지를 드러냈고, 분야별 소부장 생태계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K-방산은 지속가능성을 가진 국가 주요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