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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과 삼성전자
입력 : 2025-07-02 오후 7:53:22
“삼성은 (HBM)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 . (사진=삼성전자)
 
지난 1월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과 관련해 제품을 평가한 답이다. 부동의 메모리 1위였던 삼성전자에는 자존심을 구길 만한 말이다. 대세인 첨단 반도체 HBM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에선 SK하이닉스에게, 해외에선 마이크론에 눌리는 신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인공지능(AI) 기술이 전 세계를 강타하기 전인 초기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HBM2(2세대)를 공급하며 SK하이닉스보다 HBM 시장을 선점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엔비디아를 포함해 주요 고객사의 퀄 테스트(품질검사)에 연달아 떨어지고 있었다. 역전은 다음 세대인 HBM2E(3세대)부터 시작됐고, 이때부터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 HBM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패착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 것’에 있었다.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였던 삼성전자는 그 시기에 HBM이 아닌 모바일용 D램 위주로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HBM의 매출 비중은 한 자릿수 밖에 안 되지만,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업계 최초로 최신 공정(극자외선 EUV)을 D램에 막 적용하면서, 막대한 설비 투자액을 매출이 잘 나오는 제품으로 상쇄시키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의 실수로 HBM ‘큰손’인 엔비디아를 SK하이닉스에 빼앗겼고, 지금의 HBM 점유율 순위가 정해졌다. 삼성전자도 HBM 시장에 집중하지 못한 점을 과오로 생각하고 있다. 
 
이후 절치부심으로 HBM에 사활을 걸기로 한 삼성전자에 최근 달라진 기류가 느껴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엔비디아에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년 이상 지연됐던 퀄 테스트 문턱을 넘을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AMD와 브로드컴에도 HBM3E(5세대) 제품을 공급하며 품질 논란을 해소하고 엔비디아의 납품 기대를 받은 바 있는데, 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차세대 D램 공정(1c)을 내부 승인 완료로 양산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이미 보낸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6세대 D램을 기반으로 한 HBM4를 공개하며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전 부회장이 올 하반기에 HBM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 주도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 발언이 지켜질 수 있을지 삼성전자의 하반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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