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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찍고 나면 끝이다
입력 : 2025-07-02 오후 4:43:59
요즘 디저트는 맛보다 속도를 택합니다.
 
먹기 전에 찍히고 올린 순간 끝이 납니다. MZ세대는 혀가 아닌 손으로 디저트를 고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화면 속 타인의 손이 만든 조합을 따라갑니다. 디저트는 더 이상 천천히 씹고 기억하는 달콤함이 아니라 해시태그에 걸리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탕후루는 이 변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바삭한 과일 유리 같은 식감이 영상으로 잘 찍혔고 SNS 챌린지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건강 이슈가 떠오르자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전국 1300개가 넘던 탕후루 매장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어 등장한 크로플은 '겉바속촉'의 전형이었습니다. 특별한 조리법보다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단면이 중심이었고, 유행은 빠르게 편의점과 냉동 코너까지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맛집'과 '레시피' 속에서 본질은 흐려졌습니다.
 
요아정은 차별화된 조합을 즐기는 시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이라는 말처럼 본 제품보다 토핑 선택이 중심이었습니다. MZ세대는 '디토' 소비, 즉 유행에는 동조하되 토핑은 자신만의 조합으로 차별화했습니다. 그러나 공유된 꿀조합이 넘쳐나자 소비는 또 하나의 정해진 유행을 따라가는 일이 되었습니다.
 
두바이 초콜릿은 디저트의 콘텐츠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정작 원조는 수제 제작으로 구하기 어려웠지만, 영상 몇 편으로 조합만 알려진 채 수많은 유사품이 퍼졌습니다. 찹쌀떡, 베이글, 스콘, 푸딩까지 모든 것이 두바이화됐고 그렇게 또 하나의 유행은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튀르키예에서 건너온 일명 '벽돌 초콜릿이 그 주인공입니다. 묵직한 레드벨벳 시트, 단단한 초콜릿 코팅, 단면을 자른 컷 한 장이면 이미 유행 조건은 충족됩니다. 하나에 무려 5~10만원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액에 걸맞은 맞이라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흐름에서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짧고 강렬한 노출, 빠른 반복, 그리고 빠른 소진. 우리는 지금 맛의 기억보다 '조회수의 유통기한'을 따라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디저트를 콘텐츠로 소비하는 건 즐거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남습니다. 정말 맛있어서 찍은 걸까요, 찍기 위해 먹은 걸까요.
 
SNS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디저트를 촬영하는 모습.(사진=Open AI)
 
김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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